옥천의 명산 장령산 동쪽 산 중턱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용암사에는 마애불 외에도 쌍탑으로 된 삼층석탑이 눈길을 끕니다.
고려시대 중엽에 세워진 것으로 보이는 이 쌍탑은 대웅전 좌측 동북쪽 언덕 위에 세워져 있습니다. 두 탑은 전체적으로 같은 형태이지만 바깥쪽의 탑에 비해 안쪽의 탑은 약간 홀쭉한 편이고 상륜부가 조금 다릅니다.
- 용암사 쌍삼층석탑
쌍탑이 서 있는 이 자리는 용암사를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곳으로, 요사채와 대웅전, 그 너머 보이는 천불전의 모습을 층층으로 볼 수 있는 자리입니다.
일반적인 가람배치에 있어 탑은 대웅전 앞에 위치하는데, 용암사 쌍삼층석탑은 절의 북쪽 낮은 봉우리에 있습니다. 이곳은 북쪽으로는 옥천 시가지를, 남쪽으로는 용암사 경내를 한 눈으로 살펴볼 수 있는 곳입니다.
이처럼 일반적인 가람배치에서 벗어나 사방으로 조망이 확 터인 곳에 석탑을 건립하는 것은 9세기에 세워진 경주 남산 용장사 삼층석탑에서 비롯된 산천비보사상에 의한 탑의 배치로 이해됩니다.
- 용암사 쌍삼층석탑
하지만 용암사 쌍삼층석탑은 산천비보사상에 의해 세워진 다른 탑들과 몇 가지 차이점이 있습니다.
산천비보사상에 의해 세워진 석탑들은 대부분 단탑(單塔)으로 되어 있는데 반해, 이 석탑은 쌍탑(雙塔)으로 되어 있습니다. 용암사 쌍삼층석탑을 조사한 결과 두 탑은 정확히 동쪽과 서쪽을 유지하고 있고, 또한 두 탑의 양식이 유사할 뿐만 아니라, 지대석 하면에 물려 있는 암반의 형상을 보아 이 탑은 본래부터 지금의 위치에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.
그리고 자연 암반 위에 탑을 건립하면 그 자연 암반을 기단으로 삼은 까닭에 기단부가 없거나 단층기단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, 용암사 쌍삼층석탑은 자연 암반 위에 세워졌음을 불구하고 이층기단으로 되어 있습니다. 또한 산천비보사상에 의해 세워진 다른 탑들은 높이가 2~3m 정도로 작은 편인 데 비해, 이 탑은 동탑이 4.3m, 서탑이 4.1m로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도 차이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.
- 용암사 쌍삼층석탑
용암사 쌍삼층석탑은 고려시대 석탑들이 흔히 그렇둣 석탑 각 부분의 양식과 석재의 결구 수법에 있어 간략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. 그뿐만 아니라 서탑의 경우 2층과 3층 탑신석이 없어져 새로 만들어 넣은 것이 아쉬운 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.
하지만 용암사 쌍삼층석탑은 이러한 양식적인 면보다는 탑을 세운 목적과 탑이 서 있는 위치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야 할 것입니다.
